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선보인 신작 영화 미키 17가 2월 말 개봉했습니다.
3월 3일, 저는 드디어 영화 미키 17을 봤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를 스포일러 없이 소개드리겠습니다.
1. 영화 미키 17의 간략 줄거리, 후기
K무비의 아이콘이자 거장으로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차기작으로 SF영화 미키 17로 돌아왔습니다.
미키17은 작가 애드워드 애슈턴의 2022년 SF 원작소설 <미키7>을 각색해 만든 영화입니다.
먼 미래, 복제인간이 가볍게 프린트되는 것이 허용된 먼 행성에서, 위험한 임무에 이용되고 버려지고 재생되는 남자 미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10점 만점에 8.6점 정도요.
저는 더 나아가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2. 영화가 고객에게 도달한 과정, 마케팅 전략은?
이 미키17 영화 상품은 어떠한 경로를 거쳐
고객인 저에게 도달한 것일까요?
미키 17에 대해 처음으로 인지한 경로는
웹페이지 배너 광고였습니다.
기사 사이에 네트워크 지면광고를 보았고,
무심코 클릭을 하니 9명의 미키(로버트 패틴슨 주연) 포스터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강렬한 색감의 포스터가 압권이었습니다.

“ㅇㅇ해도 일해야지”
동일한 어미, '일해야지'를 반복하며, 굉장한 흥미를 이끌었습니다.
영화를 바로 검색하고, 예고편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기발한 포스터를 공유하며,
K직장인 공감 밈, 공감 짤 느낌으로
이번에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저는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조금 냈습니다.
국내 포털사이트 별점은 좋습니다.
천천히 100만, 200만 돌파하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의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 아주 폭발적인 속도로 흥행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미에서 1위를 했지만, 바로 따라오는 기사는 이것이었습니다.
순제작비는 한화로 약 1,700억원.
여기에 마케팅 비용으로 한화 약 1,160억원이 추가로 투입되었다는 것입니다.
미키17은 제작비에 버금가는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었습니다.
미키17의 총 제작비는 약 2억 1,800만달러 (한화로 약 2,860억 원)로 추산됩니다.
무시무시한 자본이 투입되었습니다.
전세계 흥행을 염두하고 워너브라더스에서
큰 투자를 한 것이겠습니다.
하지만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연일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퀄리티, 연기력 등을 떠나서 말입니다.
영화도 상품이니 결국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3. 만일 다시 마케팅을 한다면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미키17이 제작비 이상 흑자를 보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척 아쉽고 걱정이 됩니다.
마케팅 비용 1,160억원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워너브라더스 마케팅 팀의 예산안을 엑셀로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어디에 돈을 많이 썼는지, 고객에게 어필이 제대로 되었다고 평가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글로벌 흥행이 목표였으니 주연 배우 로버트패틴슨,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단위의 대대적인 이동, 언론 노출 등에 가장 큰 비용이 지출되었을 것이라고 추측은 해보았습니다.
제가 마케팅대행사에게 컨설팅을 받아보았을 때,
예산이 가장 많이 드는 마케팅 채널이 TV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이었습니다.
수억원은 우습게 한 방에 써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미키17도 배우나 감독이 방송, 웹예능에 출연하며
지출한 국내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컸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인은 국뽕, 즉 애국심이 차오르는 콘텐츠,
이를테면 유명 외국 연예인이 한국 예능에 나오거나,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아주 선호하는데, 이번에도 이를 잘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연배우 로버트패틴슨을 활용해 한국인 친화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며 영화를 홍보했습니다.
비록 저에게 그 콘텐츠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물론 온라인 매체, SNS, 바이럴 마케팅을 제외하고,
오프라인으로 옥외 영상광고를 했다고 합니다.
포털 검색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한국에서는 커다란 비용을 지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봉준호 감독의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에,
워너브라더스 측은 애국심을 믿었을 것입니다.
어느정도 미키17이 한국에서만큼은 흥행이 될 것이라는 계산 하에, 한국에서는 덜 썼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하지만 워너브라더스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의 불안한 정세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자극적인 이슈가 넘치는 한국입니다.
작년 말 이후, 현재 이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있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조금은 덜할 수 있는 시기적 리스크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인 것입니다.
둘째, 미키17은 장르가 SF영화입니다.
빵빵 터지고 화끈하게 권선징악해주는
마블 유니버스에 길들여진 한국사람들에게,
디스토피아적인 SF세계관은 선호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현실이 디스토피아인데
굳이, 영화로도 그러한 세계관을 접해야하나 싶은 회의감도
무의식적으로 관객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콘텐츠 그리고 상품은 인간의 고통/불편감을 잊거나,
쾌락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동일한 목표를 가집니다.
봉준호감독은 미키가 불행한 복제인간으로 프린트되기 전의
직업을 빚진 자영업자로 설정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와
캐릭터 특성을 일부러 넣었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한국사람들의 공감대를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오락영화로서의 자극적 재미도
조금 부족해보입니다.
1,100억이 넘는 마케팅 비용 중 과연 한국에는
몇 퍼센트를 투자했을지 여전히 궁금합니다.
한국이기 때문에 더더욱, 안정적인 흥행실적을 만들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저만의 미키17 영화 마케팅 아이디어를 남겨봅니다.
유동인구 많은 곳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1) 자신을 프린트하는 경험 제공
예를 들어 3D프린터를 활용해 나의 모형이 여러 버전으로 출력합니다.
그것이 팝업 공간의 미키의 미니어처 세계관 세트에서 여기저기 이동하며,
영화 속 미키처럼 가차없이 부서지는 체험을 직접 관찰합니다.
참가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도 영상으로 담아내고, 이를 SNS마케팅에 활용합니다.
2) SF 식사 체험
영화에서는 대체육과 새로운 식단을 실험하고 탐색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먼 행성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오늘날 지구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참에 식당 팝업을 열어서 영화 속 메뉴인 '대체육'과, 그리고 기상천외한 재료로 만든 '소스' 메뉴를
맛볼 수 있게 하는 행사도 좋겠습니다. 리얼리티쇼로 유명해진 셰프와 협업을 통해서 말입니다.
3) 미키의 죽음 간접체험
임사체험이 한때 유행했던 것처럼, 미키가 죽은 다양한 방식을 세트장 공간에 마련합니다.
참가자로 하여금 가볍게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체험존으로
운영합니다. 17번의 죽음의 공간을 클리어하면
한정판 상품도 줍니다.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영화에서 미키를 관통시켰던,
Key Question이었던 이 문장을
그대로 팝업스토어의 슬로건으로 삼는 것이죠!
관객도 궁금해했던 미키를 향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어떨까요?
재미와 철학을 다 녹여낼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라면 지금이라도 미키17에 대한 팝업스토어가 이렇게 열리면 방문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영화 미키17이 앞으로 뒷심을 발휘하여 흥행에 성공하길 응원합니다.